한국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2019년 66.6%에 이르렀다. 생활체육의 활성화는 스포츠복지에 새로운 전환의 시기가 왔음을 시사한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등 변화한 사회 환경에 맞는 스포츠복지 정책과 체육 및 스포츠인의 복지 개선으로 지속가능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온누리 스포츠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은 새로운 스포츠복지 패러다임의 상징적인 첫걸음이었다.
국내 최초의 스포츠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탄생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스포츠복지를 확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문 체육인들이 은퇴 후에도 생활체육지도자, 심판 등 다양한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죠.”
온누리 스포츠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온누리 조합’)을 설립하고, 현재 이끌고 있는 김강남 이사장이 스포츠복지의 필요성을 처음 느낀 건 체육인들에게 냉정한 현실 때문이었다. 축구선수 출신으 로 1978년 아시안게임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주역인 김강남 이사장은 은퇴 후에는 경신고등학교, 서울 유나티드FC 등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지도자로서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다. 대학특례입학제도, 병역특례제도, 메달리스트 연금제도와 같은 기존의 엘리트 선수 위주의 보상과 복지 시스템은 대다수 선수들의 삶과 미래를 책임질 수 없었다. 실제로 대학에서 프로로 전향하는 선수는 전체의 10퍼센트에 불과했다. 프로 선수가 된다 하더라도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은퇴 후의 삶이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의 불안한 미래를 옆에서 지켜봐 온 김강남 이사장은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자신의 후배이자 제자인 선수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 싶었던 그가 찾아낸 해법은 스포츠 복지였다. 앞으로 한국의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이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복지는 건강한 삶의 필수 요건이자, 노인복지의 전제 조건이었다. 치료가 아닌 예방으로서의 스포츠복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복지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느낀 김강남 이사장은 사회적 기업의 전 단계인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스포츠복지 사업에 직접 앞장섰다.
“문체부에서 협동조합 인가를 받는 것도 어려웠어요.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데 ‘스포츠복지’를 이해하지 못해 인가를 거절당했죠. ‘스포츠복지’라는 게 생소한데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하겠다고 하니 해당 부서에서 당황했던 거죠. 스포츠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라 하더라고요. 담당자를 직접 만나 저희 사업의 필요성과 내용을 설명한 후에 허가를 받았어요.”
지속가능한 스포츠복지를 향한 힘찬 발걸음
협동조합 인가를 받은 이후 온누리 조합은 시흥시 장애인체육발전 5개.년 계획 수립, 경기도 지역아동센터 생활체육 프로그램 지원, 한국 축구 국가대표와 함께하는 꿈의 학교 등을 운영하며 스포츠복지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2019년에는 경기도체육회와 서울 유나이티드 FC와 MOU를 체결해 생활체육 강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차근차근 기반을 마련해갔다. 낯선 스포츠복지에 의아해하며 필요성에 의문을 품었던 이들을 가장 빨리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방법은 스포츠복지의 효과를 직접 확인하게 하는 것이었다.
“보호관찰소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시켰던 적이 있어요. 처음엔 제대로 경기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몸에는 문신이 가득하고, 사람 눈을 안 쳐다볼 정도로 소통이 안 되던 친구들이었는데 1년 뒤에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아이들 표정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불만,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아이들은 스포츠를 통해 감정과 에너지를 토해내며 질서와 규칙을 배워나갔다. 경기 5개 지역의 교육 정책인 꿈의 학교 축구 교육에 참여했던 한 정서 장애 아동은 운동을 시작한 이후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변화는 학부모뿐 아니라 스포츠복지 정책 관계자들에게 놀라움과 신뢰의 기반이 됐다.
온누리 조합은 올해부터 보다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축구에 집중돼 있는 스포츠 교육을 경기도체육회 산하의 60개 종목으로 확대하고, 지역 아동 센터, 노인복지관, 다문화 가정과도 연계한 스포츠복지 프로그램 운영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노인 대상의 스포츠복지는 각종 질병 및 치매 예방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고 김강남 이사장은 강조한다. 공공체육시설위탁 경영 및 안전 관리도 시작한다. 적자 운영되던 대부분의 공공체육시설에서 지역 사회와 연계된 사업을 추진해 지역 주민의 스포츠복지를 확대하고, 수익도 창출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공공체육시설의 스포츠 시설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시설을 교체 및 보완하는 안전관리 사업도 구상 중이다. 그리고 온누리 조합의 모든 사업은 체육 인재들의 일자 리 창출과 경력 개발의 기회로 이어져 체육인 복지로 귀결된다.
2019년 생활체육 참여율이 66.6%에 이른 한국은 이제 스포츠 수혜자 확대를 넘어선 취약계층의 스포츠 참여 보장과 스포츠복지 제공자인 체육인들의 복지가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시점이다. 체육인들의 복지는 지속가능한 스포츠복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내 최초의 스포츠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인 온누리 조합의 행보는 곧 한국의 스포츠복지가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이자 비상이다.
※ 본 내용은 ‘서울스포츠’ 3월호 내용을 재가공한 것임을 밝힙니다.